2. 꿈과 관련된 현실의 상황

 연구자는 꿈을 꿀 당시 자신감도 없었고 친구들과도 약간의 트러블로 기분이 저조했었다. 그 때 지난 겨울에 있었던 미팅을 떠올리며 "내가 그 때 그 사람의 사귀자는 말을 들었더라면 ---"하며 후회했었다. 연구자의 친구들 중에는 연구자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나보다 못하다"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러한 친구들조차 애인이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상했었다. 게다가 애인이 있는 친구들과는 같이 놀러 갈 수도 없었기 때문에 외롭다는 기분은 계속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때 옛날에 연구자 자신이 실연당했던 사건이 떠오르며 그 사람을 계속 그리워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는 자신의 매력에 대한 기대를 버리게 되었고 가까이 있는 A를 보며 "별로 마음은 들지 않지만 나와는 어울리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3. 꿈의 분석

 연구자가 그 꿈에서 토끼털 코트를 입고 있었던 이유는 그것을 입으면 언제나 자신이 섹시하다는 느낌을 갖게끔 여러 가지 현실을 통해서 익혀졌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그 옷을 입고 놀러 가면 언제나 남자들의 눈길을 받았으며 앞에서 말했다시피 미팅을 나가더라도 그 옷을 입으면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봄인데도 불구하고 덥지 않았다는 것은 봄에 어머니께서 그 옷을 세탁하여 옷장 속에 넣어두었는데 연구자는 그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제일 아름답고 섹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위가 닥쳐오자 핑계를 대어 입었다는 것에서 나온 것이다. 연구자가 그 옷에 대해서 느끼는 것들이 거의 이성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꿈에서 그 옷을 입고 나왔다는 것은 그리고 봄인데도 불구하고 그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은 연구자가 이성에 대한 관심, 또는 성에 대한 관심이 지대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A와 함께 들어간 연회장에 사람은 많았지만 모두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평소에 친구들에게 자신이 느꼈던 소외감(즉 애인이 있는 친구들에게 자신만이 애인이 없었기 때문에 소외 당했다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꿈 속에서 목욕탕을 거쳐 수영장을 지나가면서 웃옷을 벗은 이유는 매우 덥고 촉촉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것은 연구자가 평소에 섹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에 매우 자신을 더럽다고 생각했고 공부에 방해가 되는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꿈 속에서는 불쾌한 기분을 나타내어 웃옷을 벗게 하여 성적인 이미지의 그 옷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어떤 이중적인 소망을 나타내는 것이다.

 미끄럼틀은 파이프가 이어져 있는 모양이었는데 그곳에 하나씩, 하나씩 다리를 넣으면서 꿈 속에서는 약간이 스릴과 두려움을 느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허공에 몸이 뜰 때 느낄 수 있는 이상한 스릴과 두려움과 쾌감 같은 것이었다. 미끄럼을 타고 내려 오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정신분석 치료에서 날으는 꿈은 성교를 의미한다고 한다(임창재, 정신위생 심리, p448). 이러한 비슷한 느낌을 이 꿈에서 가졌으므로 이것은 성교, 아니면 성적인 행위를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미끄럼틀에 다리를 집어넣는 행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행위)를 성교 또는 성적 행위라고 말할 수 있는 도 다른 근거는 원형적인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원형적인 상징으로 길고 돌출된 것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이고 움푹 들어간 것 혹은 공동(空洞)인 것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이다(이명성, 정신분석 입문,  p120-122). 이와 같은 상징을 기초로 파이프를 닮은 미끄럼틀은 여성의 성기, 그리고 연구자와 연구자의 다리는 남성의 성기로 생각할 수 있다. 혹은 그 반대로 파이프를 닮은 미끄럼틀을 기로 돌출된 것으로 보아 남자의 성기로 생각할 수도 있다. 어째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는 행위는 성교, 혹은 성적인 행위를 뜻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교 혹은 성적인 행위를 생각하며 연구자는 약간의 두려움과 스릴, 그리고 쾌락과 함께 생각한다는 것을 꿈의 분석으로 알 수 있다.

 연구자는 꿈 속에서 미끄럼틀을 내려 오는 동안에 성욕을 느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수음행위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보고 있을 것 같아서 태아의 자세를 취했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밀란 쿤테라의 소설 "정체성'의 한 부분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소설에서는 앞서 말했듯 태아의 수음 행위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과 함께 주인공이 그것을 보며 눈물이 날 것 같으면서도 태아의 수음 행위에 대해서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혐오감을 느낀다고 말했던 장면이 나온다. 이 작품 내에서는 태아의 수음행위라는 것은 아주 성스러운 섹스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에로틱한 입 맞춤이 어머니의 입 맞춤과 같다는 것, 그리고 인간의 섹스란 성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이런 부분을 끼워 넣은 것이었다. 그래서 연구자의 꿈에서는 자신의 수음행위를 남들이 지켜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작품(밀란 쿤테라의 "정체성")에서 본 것과 같이 섹스란 성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스스로 위로를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태아의 자세를 취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것으로 알 수 있는 연구자의 심리는 자신이 섹스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인간 본성에 있는 성스러운 일면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합리화 함으로서 자신의 성에 대한 죄책감을 씻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끄럼틀에 다리를 집어 넣으면서 불렀던 노래는 my love 이였으나 다른 노래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들도 이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이 꿈에서는 A와 함께 배경이 되는 고성이 나오는데 여기서 고성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릴 때 부모님과 같이 가 보았던 휴양지였다. 그러나 최근에 가 보았을 때는 별로 좋지 않아서 실망을 했었다. 이것은 A에 대한 연구자의 심리와 관련이 있는데 연구자는 A를 보면서 처음에는 이성으로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연을 당하고 나서 A 정도면 애인으로 적당할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자신이 더 나은 사람과 사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주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심리가 배경인 고성에 반영되어 그 휴양지는 어릴 때 가보았을 때는 좋았지만 최근에 나이가 든 뒤에 가 보았을 때는 별로 좋지 않았다. 즉 이런 연구자의 경험이 '지금은 내가 적당한 상대가 없기 때문에 A를 마음 속으로 생각해 두고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A에 비하면 아까운 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하다"는 생각과 감정이 오버랩 되어 꿈 속에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토끼털 코트의 의미, "미팅 때 사귀자는 것을 거절한 그 남자는 지금 생각하면 아깝지만 나에게 적당한 사람이 아니므로 싫다"는 의미와 함께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꿈의 의미들을 연결 시켜서 정리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연구자는 지금 연애, 혹은 성적인 행위를 매우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여 연구자는 A라는 자신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런 사람에게 과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합리화 하는 것이다. 즉 이 꿈은 연애, 성적인 욕망을 충족 시키는 꿈이며 반면에 현실에서 이러한 연애와 성적인 욕망들을 제대로 충족 시키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서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꿈 3>

 나는 꿈에서 C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하며 나는 싫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그것은 무엇인가? 두고 온 듯한 안타까운 느낌이었다. 나는 계속 공부를 하여 성공을 하고 싶었으나 주변 사람들은 나를 강제로 C와 결혼시키려 하고 있었다. 나는 사실 C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었지만 C와 결혼은 싫었다. 그러나 약혼까지 했고 어떤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절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학교를 그만두면서까지 결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매우 답답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1. 꿈의 자료

 결혼 - 연구자는 평소에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자는 페미니스트였기 때문에 결혼이란 여성을 억압하는 굴레이며 타파되어야 할 인습이라고 주장해 왔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자신의 인생은 포기하고 남편에게 무시당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것을 더욱 싫어했는지도 모른다.

 C - 같은 과 친구

2. 현실의 상황

 연구자는 이 꿈을 꿀 당시 여러 가지 시험과 과제물 때문에 지친 상태였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물리학도 막상 대학에 와서 해보니 어렵고 힘들었기 때문에 전과라도 하고 싶었으나 부경대에는 철학과나 심리학과가 없었기 때문에(가고 싶은 학과이다) 어쩌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게다가 공부가 잘 되지 않아서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지는 것 같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신마저 들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3. 꿈의 분석

 이 꿈은 상당히 꿈의 왜곡 작업이 많이 된 꿈이었다. 왜냐면 왜곡이란 자신의 가치나 사회적인 가치에 맞지 않는 소망을 충족 시키는 꿈일 경우에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꿈에서는 연구자가 결혼을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설정되어 있다. 이런 상황이 나타난 이유는 지금 현실의 상황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어디론가 든든한 도피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자는 결혼이 무직 여성의 안식처가 되는 것에 대해서 매우 불쾌하기 생각했고 죄악시해왔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도피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연구자 나이의 동료들은 이런 생각을 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이러한 영향으로 연구자는 자신도 모르게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어디론가 도피할 곳이 있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생각은 꿈에서 결혼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 연구자의 생각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반대하고 결혼이 무직 여성의 도피처가 되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불쾌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꿈에서 이것을 그대로 내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꿈의 왜곡 작업으로 결혼이라는 내용에 "강제적인 결혼'이라는 내용을 포함하여 "자신은 결혼하기 싫은데 다른 사람들이 등을 떠밀어서" 혹은 "결혼을 꼭 해야 하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라는 이유를 붙임으로써 자신의 사상과 반대되는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자의 이 꿈은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은 연구자의 현실의 소망을 충족 시켜주는 내용이었으며 이것은 왜곡을 통해서 연구자의 평소 생각과 반대된다는 죄책감을 줄이는 내용으로 만들어져 나온 것이다.

<꿈 4>

 연구자는 고등학교로 보이는 어떤 장소에 있었다. 그러나 분명 연구자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아니고 부경대학교 주변의 어떤 건물, 구체적으로 어떤 만화방임을 알고 있었다. 그 때는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조용히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옆 교실의 친구들에게 찾아가서 책상을 뒤로 밀어 놓은 채 이야기를 하며 놀았다. 그 친구들은 고등학교 1 학년 때의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과 과자를 나눠먹고 있었다. 과자를 먹으면서 우리는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선생님이 와서 우리를 퇴학 시킬까봐 두려웠다.

1. 꿈의 재료

 a. 고등학교 - 연구자는 고등학교 시절을 매우 조용히 보냈다. 마음 속으로는 다른 학생들처럼 탈선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조그만 일에도 탈선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는 매일 같이 자신의 소심한 생활에 대해서 후회를 했으며 그러한 후회가 반복되면서도 결국은 지각 한번 하지 않고 고등학교 시절은 끝나버렸다.

 b. 만화방 - 어릴 때 어머니께서 만화책을 보는 것은 죄악이라고 자주 말씀하셨기 때문에 연구자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중,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만화책을 본 적이 한번도 없었고 늘 만화책을 보는 친구들을 무시하거나 큰 죄를 저지르는 양 쳐다보았다. 그러나 대학교에 와서 연구자는 만화책을 보게 되었고 그런 재미에 빠져 한번은 수업 시간도 늦을 정도로 만화책을 재미있게 본 적도 있다.

 c. 고등학교 1 학년 때의 친구들 - 얼마 전에 연구자의 생일 파티를 하기 위해서 모였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매우 소외감을 느꼈다. 연구자를 제외한 2명의 친구들은 학교는 다를지라도 비슷한 계통의 과에 진학했기 때문에 서로의 수업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에 대해서 상당한 소외감을 느꼈던 것이다. 게다가 과거에 연구자는 소심한 생활 습관으로 인해서 고등학교 때 같이 어울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 약간의 겉도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곤 했다.

2. 꿈과 관련된 현실 상황

 대학교에 진학해서 연구자는 자신의 성격을 뜯어고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명랑하게 했고 죄악이라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 성격 탓인지 친구들에게 겉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모두 전과를 하거나 휴학을 해 버렸기 때문에 상당히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