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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모든 꿈 하나하나에는 수많은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첫째, 기억된 꿈인 발현몽이 있다. 그 뒤에 잠재몽이 있는데, 발현몽은 다만 잠재몽의 자투리이거나 왜곡일 뿐이다.

 또한 낮 동안의 잔재가 있는데, 다시 말해 꿈속으로 엮어 들어가거나 그 꿈의 일부를 이루는 최근의 어떤 경험이 있다. 그리고 다른 수많은 무의식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꿈속에서 그 표현을 찾으려는 소망들이 있다.

  프로이드는 우리가 꿈 해석을 통해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는 알 수 없었던 과거의 사건들을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프로이드와 인간의 영혼, 도서출판 하나의학사 2001, Bruno Bettelheim)

  우리가 흔히 꾸고 있는 꿈을 명확히 정의하기에는 쉽지 않다. 꿈속에는 현실의 경험적 요소와 개인의 희망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상징적 요소들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복합적인 상징물이다. 여기에는 이전의 경험과 최근의 경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경험들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꾸어왔고 잊혀져 버린 꿈들이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꿈이 현실경험 뿐만 아니라 억압된 욕망 또는 소망까지 표현한다면 내가 모르는 욕망과 소망까지 표현되고 있는가?

  프로이드는"꿈은 우리 자신의 영혼이 활동한 결과"(dass der traum ein Ergebnis unserer eigenen Seelen-tatigkeitist)라고 말한다. 또한 "꿈은 무의식을 찾아가는 왕도(프로이드 1950년)"라고 했다. 필자는 필자가 꾼 꿈속에 나타난 상징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의식과 무의식의 차이는 무엇이며, 꿈속에 나타난 상징들은 해석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꿈의 상징과 그 의미 분석이라는 거창한 제목은 조금한 궁금증과 의구심을 풀고 싶다는 필자의 의지로서 결정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3가지 꿈 사례를 제시한다. 각각의 사례들은 서로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첫 번째 사례는 필자의 강렬한 소망이 경험적인 사실과 섞여 어떠한 상징물을 이용하여 어떠한 무의식을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 중점을 두고 분석하였다.

  두 번째 사례는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 분석 대상이다. 이 사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하나는 필자의 개인 생활이 어떠한 식으로 꿈을 통해 반영되었는가와 다른 하나는 필자가 타인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을 가지는지 또한 그러한 생각들은 어떠한 상징물을 통해 표현되고 상징되어진 것이 필자에게 어떠한 의미를 두게 되는 지에 대한 접근을 중심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 사례는 개인의 강박관념이 어떤 식으로 꿈을 통해 나타나는가에 대한 분석이 중심이 되었다. 시간관념에 철저한 필자의 성격과 관련하여 무의식에서는 어떤 식으로 그러한 강박관념이 나타나는지 하나하나 상징물을 분석함으로써 그 상징물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알아보겠다.

  필자가 꿈을 해석하기 위해 먼저 하나의 사례를 제시하고 그 사례를 여러 관점에서 관찰하여 꿈속에 나타난 상징물을 찾아내고 그 상징물이 어떠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하겠다.


Ⅱ. 본론

1. 인간의 소망과 꿈

A. 사례 - 1

 늦은 오후에 강의를 듣기 위해 학교에 갔다. 학교에 도착한 즉시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간다. 이미 많은 수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에 들어와 앉아 있다. '○○○'이라는 강의였으나 휴강이 되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번 시간 강의가 휴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난 학생들에게 휴강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칠판에 글을 쓰려고 교단 앞으로 나갔다. 뒤에서 학생들의 기대에 부푼 시간이 느껴지는 것 같다. 칠판에 '休講'이라는 글자를 한자로 썼다. 내가 한자로 글을 쓰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은 어쩌라고 한자로 쓰는지 이해를 못하겠군!" 그냥 흘려버리고 글자를 다 쓰고 나니 칠판에 글이 쓰여 있지 않다. 분명  칠판에 글을 썼고 확인도 했는데 막상 쓰고 나니까 글이 지워지는 것이다. 다른 과목명은 잘 써지는데 이상하게 ○○○만 써지지 않는다. 나는 분필을 바꾸어 써보자는 생각에 여태 쓰던 흰색 분필을 놓고 빨간색 분필을 잡고 글을 썼다. 이상하게도 빨간색 분필은 과목명은 쓸 수 있었으나 휴강이라는 말은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칠판에는 내가 과목명  '○○○'이라는 과목명만 적고 다른 후배들이 칠판주위로 몰려나와 '휴강'이라는 글을 여러 군데 썼다.

  내가 글을 다 쓰고 내려오자 친하게 지내던 여자 동기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어느 회사의 입사원서를 쓰고 있다. 난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체를 하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 동기의 모습이 그냥 조금 닮은 여자 후배의 모습으로 변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그 후배는 내가 그다지 탐탁히 여기지 않는 후배였고 나는 뒤돌아서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B. 분석

 이 꿈에서는 필자의 경험적 사실과 소망하는 요인 모두를 잘 보여주고 있다. 현실과는 다른 '○○○ 강의의 휴강'이라는 소망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상징물을 통해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암시하고 있다. 즉 이는 경험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희망을 복합적으로 섞어 표현하고 있다.

 "늦은 오후에 강의를 듣기 위해 학교로 갔다." 이번 학기 필자의 강의 시간표를 보면 현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이번 학기에는 오후부터 강의를 시작하는 날은 금요일을 제외하곤 없다. 금요일에는 ○○○이라는 수업이 없을 뿐더러 한 시부터 강의이기 때문에 늦은 오후 수업과는 많이 동 떨어진다. 저번 학기에는 대부분의 강의가 오후부터 시작되어 상대적으로 여유로웠고 덜 피곤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학기에는 많은 시간이 오전 첫 수업부터 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많이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실제 꿈을 꾼 당일은 오전 9시부터 수업이 있는 일주일 중 가장 피곤한 날이다. 또한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첫 시간 수업은 항상 부담이 되고 귀찮게 여겨졌다. 필자는 꿈에서 귀찮은 오전 시간 대신에 좀 더 편하게 오후 수업부터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좀 더 편하게 시간표를 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오전 수업 중심으로 시간을 배정한 필자 스스로에게 질책하고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 강의였으나 휴강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시간 강의가 휴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필자의 무의식으로 표현하는 '○○○ 강의'와 '휴강'이라는 상징물이 나타난다. ○○○ 강의는 필자에게 가장 지겹고 강의에 참가하기 싫은 과목으로 인식되어 있다. 수업이 지루하게 진행되며 특별한 강의 내용이 없기 때문에 강의를 듣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강의 중에 졸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 더구나 아침 9시부터 시작하는 수업이라 더 피곤하게 느껴지고 항상 휴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강의이다. 결국 ○○○ 강의의 휴강을 의식적으로 원해왔던 사고들이 꿈속에서 정말 강의가 휴강되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여기에는 경험적인 사실까지 뒷받침되어 정말 ○○○ 강의가 휴강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수강하던 강의 중 한 과목이 꿈을 꾼 당일 휴강할 것이라고 이미 예고되었었다. 휴강을 예고한 과목은 전공과목이고 ○○○은 교양과목이다. ○○○ 수업에 필자와 같은 과 학생은 한 명 뿐이며 그 학생조차 실지 휴강이 된 과목은 수강을 하지 않는다. 결국 휴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필자 뿐 이고 그 과목이 필자가 상상 원하던 ○○○이라는 과목이었으면 좋겠다는 필자의 무의식적인 의지가 다른 과목의 휴강이라는 사실을 지루하고 피곤한 '○○○ 강의의 휴강'이라는 목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왜곡되게 표현한 것이다.

  "난 학생들에게 휴강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칠판에 글을 쓰려고 교단 앞으로 나갔다. 뒤에서 학생들의 기대에 부푼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항상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필자의 심리적 문제가 잘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고 부담되어 괜히 앞에 나서는 자리를 피하는 필자의 내성적인 성격의 모습이 꿈을 통해 표현된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부푼 시선"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필자 스스로도 곧 희망하던 것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부푼 마음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난 학생들에게 휴강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칠판에 휴강이라는 글자를 한자로 썼다. 내가 한자로 쓰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은 어쩌라고 한자를 쓰고 그래!'"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필자에게는 한자를 사용할 일이 많이 있다. 또한 한자가 많이 어려워 아주 큰 난제 중의 하나이다. 외우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최근 한자를 쓰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업이 필기를 요한다. 이 때 대게 쓰기 쉬운 글이나 알고 있는 단어의 경우 한자로 쓰고 있다. 좀 더 한자(실은 중국어)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이다. 그런 일련의 행동들이 꿈속에서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평소 자신이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행하던 행동들이 꿈속에서 표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꿈에서는 한자를 쓰는 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이는 일상적인 행동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다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불평소리는 다른 사람이 필자에게 불평을 하고 있다고 하기 보다는 필자가 타인에게 불평을 하고 있는 모습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 꿈을 꾸기 며칠 전 한자(중국어)와 관련하여 기분이 나빴던 적이 있다. 그 때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중국어 과목 수업 중이었다. 두 명이 짝을 지어 한 명이 중국어로 질문을 하면 다른 한 명이 그에 상응하는 답을 중국어로 말하는 것이 그 시간의 수업 내용이었다. 보통 평범한 질문에 평범한 답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때론 뜻하지 않은 질문에 당황도 했지만 대부분 본래의 질문 내용과 비슷한 내용이라 쉽고 재미있게 수업이 진행되었다. 필자에게 질문을 한 사람은 우리 과 학생이 아니며 잘 알지 못하는 남자였다. 나이 또한 필자와 비슷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하고 적당한 답변을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상대방에게 호감이 가지는 않았다. 중국어 실력이 조금 좋은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항상 너무 나서거나 튀어 보이려는 것 같았기 때문에 그다지 친밀감이 들진 않았다. 결국 필자가 대답한 차례가 되었을 때 상대방은 필자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해 왔다. 대답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수업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질문으로 필자를 당황하게 했다. 상대방이 수업을 좀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 질문 내용을 바꾸었다는 것을 알 고 있었지만 막상 필자 자신이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명확하게 할 수 없게 되자 상대방에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쉽지 않은 질문이었고 본래의 질문과 상당히 동떨어진 내용이었기에 결국 필자는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고 학생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필자 스스로 너무나 부끄러웠고 다른 사람은 신경 안 쓰고 잘난 체 하는 상대방이 많이 미웠던 것이 필자의 속마음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이런 감정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단지 속으로 욕을 했었다. "잘 모르는 사람은 어쩌라고…" 라는 누군가의 불평 소리는 필자 자신이 그 질문자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글을 다 쓰고 나니 칠판에 글이 쓰여 있지 않았다. 분명 칠판에 썼고 확인도 했는데 막상 쓰고 나니 글이 지워졌다."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의식적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바뀌지 않는 다는 의미로 풀 수 있다. 사실 ○○○ 과목의 강의는 휴강이 되지 않았고 다른 과목이 휴강이 되었을 뿐이지만 의식적로 ○○○ 강의는 지겹고 이른 시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꼭 휴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표현했으나 사실과는 다르기 때문에 칠판에 휴강임을 알리는 글을 쓸 수 없게 함으로써 ○○○ 강의 휴강은 단지 희망일 뿐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다른 과목명은 잘 써지는데 이상하게 ○○○과목만 써지지 않는다. 나는 분필을 바꾸어 써보자는 생각에 여태까지 쓰던 흰색 분필을 놓고 빨간색 분필을 잡고 글을 썼다. 이상하게도 빨간색 분필은 과목명은 쓸 수 있었으나 휴강이라는 글은 쓸 수가 없었다." 필자가 ○○○ 강의의 휴강을 희망하지만 결국 사실과 다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 결과 휴강이 되지 않은 ○○○이라는 과목 명을 쓸 수 있었으나 '휴강'이라고는 쓸 수 없었다. 이 부분에서는 꿈의 상징으로써 '분필'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했다. 즉 '흰색 분필'은 휴강된 다른 과목을 뜻한다. 반면에 '빨간 분필'은 ○○○ 수업을 가르킨다. 마지막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학생들이 흰색 분필을 이용해 휴강이라는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은 즉 휴강된 과목은 있지만 흰색 분필로는 쓰여지지 않는 ○○○ 강의는 아니라는 것이다. 두 가지 색의 분필을 상징의 매개체로 하여 꿈이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래서 칠판에는 내가 과목명 '○○○'만을 적고 다른 후배들이 칠판 주위로 몰려나와 '휴강'이라는 글을 여러 군데 썼다." '○○○'이라는 한자는 필자에게 창피를 주고 기분을 상하게 했던 사람에게 잘난 체 하지 마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상징어로써 나타났다. 이후의 '다른 후배들이 몰려 나왔다'라는 대목에서 필자가 학교생활에서 있어서 어떤 위치를 점하는가 하는 것이 잘 나타나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학과에는 선배가 없다. 신설 된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학과 선배들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의 나이 또한 또래에 비해 많은 편이라 대부분이 동생들이거나 후배들이다. ○○○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어린 편에 속하기 때문에 동생 또는 후배들 같은 기분으로 수업에 참가하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후배들'이라는 표현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필자가 휴강을 원하는 것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님을 정당화하려는 의지가 나타난다. 다른 후배들이 몰려나와 글을 썼다는 표현을 함으로써 필자 뿐 만 아니라 강의를 수강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모두 필자와 같이 ○○○ 수업을 지겨워하기 때문에 당연히 ○○○ 강의가 휴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여러 군데에 휴강이라는 글을 적음으로써 얼마나 희망하고 있는지의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친하게 지내던 여자 동기의 모습이 보였으며 어느 회사에 입사원서를 쓰고 있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체를 하려고 여자 동기에게 다가갔다." 친한 동기란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제 그 동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다. 서로 얼굴을 알고 간단히 인사를 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을 친하다고 표현한 것일까? 사실 그 동기는 학과에서 인기가 좋았다. 성격도 활발하고 외모도 이쁘장하게 생겼기 때문에 여자 동기들과 남자 동기들 모두에게 인기가 있던 여 학우였다. 필자는 그녀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함께 하거나 말을 붙였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그녀의 소식을 다른 동기를 통해 알게 되었고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전부터 마음속으로는 그녀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는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 꿈이라는 매개를 통해 표현되었다. 그녀의 소식을 알려준 동기는 그녀가 곧 어떤 남자와 결혼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어떤 교수의 말이 생각났다. '요즘처럼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여자들이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미는 것도 취업으로 볼 수 있다'라는 말을 했었고, 그 말을 듣고 여성을 비하한다고 따지던 어떤 학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대수롭지 않게 듣고 잊혀졌던 말이 여자 동기의 결혼 소식에 무의식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동기의 모습이 그냥 조금 닮은 후배의 모습이 되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곧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을 뿐더러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더 이상 이전에 내가 좋아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던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 평소 내가 좋은 감정을 가지지 않던 후배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실제 그녀와 후배는 닮은 곳이 거의 없다. 단지 이제 그녀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인상을 찌푸리며 뒤돌아 선 것이다.

C. 분석 결과

 이번 사례에서는 꿈속에 나타난 경험적 사실과 강렬한 희망에 의해 나타난 여러 가지 원인들을 모두 다 보여준다. '○○○ 강의의 휴강'이라는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유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때로는 경험적인 사실들에 바탕을 두고 때론 희망하는 것들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난 이유, 원인들이다.

  실제로는 휴강되지 않은 과목이 휴강이 되었으면 하는 강렬한 희망에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상징물을 제시했다. '다른 과목의 휴강' '시간의 왜곡' '두 가지 다른 색 분필' 등을 등장시켜 무의식적인 표현을 설명하려 한다.

  다시 말해 '다른 과목의 휴강이 사실은 ○○○의 휴강이다'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전의 경험에 바탕을 둔 여러 가지 상황을 꿈에 반영하였고, 휴강이라는 커다란 상황 속에 몇 가지 작은 상황들을 같이 표현함으로써 그러한 사건들을 비판하거나 부정하거나 희망하고 있다. 수업 시간에 필자에게 수치감을 준 대상에 대해 비판하기 위해 필자 스스로 부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불쾌감이 가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여 필자라면 그러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예전에 마음에 두었던 여자 동기가 결혼한다는 상황을 설정하여 그 사실에 부정적으로 반응하여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려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