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자아 감각의 개발은

어린 시절부터 얼마나 좋은 대인관계의 기억이

많으냐에 달려 있다

-존 볼비-

 

에릭슨의 생애(life story)

 에릭 에릭슨(Eric Erikson)은 프로이드 이론을 확대 발전 시킨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공식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이 전부이지만 하버드 대학 종신 교수가 된 사람입니다. 에릭슨과 프로이드 가문과의 인연은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에릭슨의 어머니는 교사였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재혼을 하게 되면서 에릭슨은 양부의 성을 따서 에릭슨이 된 것입니다. 에릭슨은 어머니의 재혼에 반발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 집안에 틀어박혀 두문불출 했습니다.

 사춘기에 불행하게 우울증으로 괴로워하고 있었을 때 친한 친구로부터 교사 보조로 일할 생각이 있느냐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마침 그 때  프로이드가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 부유한 명문가의 부인들이 프로이드에게 4년 - 5년 동안의 신경증 치료를 받게 되면서 자녀들을 데리고 오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 자녀들을 교육하는 미니 학교가 세워졌고 그 학교에서 교사로 있던 친구가 교사 보조를 구한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에릭슨은 학교 시절에 미술에 재능이 있었기에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교사 보조로 들어가게 되었고 이후에 교사 자격증을 얻어서 그 학교에 교사로 있으면서 프로이드가 세운 정신분석학교에 들어가서 정신분석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신분석 치료자가 되려면 자신의 스승으로부터 4년 -5년간 정신분석을 받아야 합니다. 프로이드의 막내 딸인 안나 프로이드(Anna Freud) 역시 초등학교 교사로 있다가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후에 정신분석 치료자가 되었고 에릭슨이 안나 프로이드(Anna Freud)로부터 4년 동안 정신분석을 받게 되었습니다.

  정신분석 과정을 모두 끝내면 인사 위원회에서 자격증을 줄 수 있는지 심사를 거쳐서 자격증이 나오게 되는데 에릭슨의 경우에는 졸업하자 말자 바로 그날 저녁에 자격증이 나올 만큼 열심히 공부하여 교수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나치가 정신분석을 박해하게 되자 미국으로 건너가서 소아 및 청소년 정신분석 치료자로 있다가 하버드 대학에서 정신분석을 가르치게 되었고 이후에 인디언 마을에 들어가서 직접 생활하면서 인디언들의 자녀 양육 과정을 관찰 연구하면서 양육의 과정에서 가족들과의 관계가 양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을 주장하면서 어린 시절과 사회(The childhood and society)라는 책을 출판하였고 자신의 청소년기의 우울한 문제를 바탕으로 쓴 "자아 주체성"(identity) 이론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프로이드와 에릭슨은 같은 정신분석학자이지만 서로 비교 대조 되는 사람입니다. 프로이드의 이론은 생물학적인 본능 이론으로 섹스 심리학(psychosexual)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에릭슨은 사회 문화적 영향력을 중요시하여 심리 사회학(psychosocial)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프로이드는 고전적 정신분석학파에 속하지만 에릭슨은 ego 심리학자에 속합니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발달 단계를 구순기, 항문기, 오디팔기, 잠재기, 사춘기로 5단계로 나누었지만 엑릭슨은 성인기와 중년기 노년기를 첨가하여 인간의 발달 단계를 8단계로 나누었습니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발달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어른이 되면서 발달은 끝난다고 본 반면에 에릭슨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고 보았습니다.

 프로이드의 핵심 이론은 오디프스 콤프렉스로 3세 - 5세를 가장 중요시 했으나 에릭슨의 핵심 이론은 자아 주체성 이론으로  사춘기인 13세 - 19세까지를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프로이드는 생물학적 바탕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으나 에릭슨은 사회 문화적인 바탕을 중요시하고 있고 ego 심리학자이면서 관계 이론가에 속합니다.

 

믿음 대 불신(0세 - 1세)

 프로이드는 이 시기를 구순기(oral stage)라고 이름을 붙였으나 에릭슨은 구순기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신뢰감인 믿음(trust) 대(vs) 불신(distrust)이 생기는 시기로 보았습니다. 에릭슨은 이 시기를 최초의 인간 관계가 이루어지는 시기로 보았고 엄마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믿음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았습니다.

 아기는 최초의 환경이 엄마의 유방입니다. 엄마의 유방이 좋은 유방인지 나쁜 유방인지가 아기의 기억 속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아기에게 규칙적으로 젖을 제공하고 언제나 아기 옆에 있어서 아기가 필요할 때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엄마는 좋은 엄마로 기억에 흔적을 남기고 아기가 필요할 때 엄마가 옆에 없거나 젖을 제 시간에 제공해 주지 않아서 아기를 불안하게 하거나 아기를 짜증나게 하는 엄마는 나쁜 엄마로 기억 속에 심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감이라고 보았고 이 믿음을 엄마와의 관계에서 최초로 형성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동양에서도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믿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에게 왕도 정치의 핵심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라고 물었을 때 공자는 백성을 안전하게 보살피는 병(兵)과 배부르게 하는 식(食) 그리고 믿음인 신(信)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공자의 제자들이 이 요소들 중에 한가지를 없앤다면 어느 것을 없애겠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 공자는 망서리지 않고 병(兵)을 없애라고 했습니다. 그 다음에 없앤다는 어느 것을 없애겠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 공자는 식(食)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제자들이 깜짝 놀라서 먹지 않으면 죽지 않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공자는 사람은 어차피 모두 죽게 되어있다 그러나 믿음을 없앤다면 백성들이 위정자를 믿고 따르지 않게 되고 질서가 서지 않는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금언에 "재물을 잃으면 그 재물 만큼 손해를 입겠지만 믿음을 잃으면 인간 전체를 잃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믿음이고 이 믿음을 출생 첫 해에 엄마와의 관계에서 형성된다고 에릭슨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믿음과 불신이 형성되어가는 과정

 믿음은 엄마가 아기에게 주는 기대, 소망, 바램 등과 관계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아기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감각적 느낌으로 엄마의 마음을 전달 받을 수 있습니다. 엄마가 아기를 가치 있게 보고 아기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서 네가 최고"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아기는 엄마를 통해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되어지게 됩니다. 아기는 엄마의 기대와 소망에 부합해서 자라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엄마와 아기의 수천만 번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상호관계의 질이 아기의 믿음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에릭슨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기가 엄마로부터 가치 있는 인간으로 이 세상에 최고로 인정을 받게 되면 아기는 자신을 가치 있는 인간으로 보고 자신을 이 세상에서 최고로 보게 됩니다. 아기는 자라나서 다른 사람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보게 됩니다.

 엄마가 아기를 사랑하면 아기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아기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됩니다. 엄마가 아기를 가치 있게 받아들이게 되면 아기는 자기 자신을 가치 있게 받아들이게 되고 아기는 어른이 되어서 다른 사람을 가치 있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엄마가 아기를 태어나서는 안될 사람으로 엄마의 혹으로 보게 되면 아기는 자신을 태어나서는 안될 사람으로 보게 됩니다.

 엄마가 아기를 가치 없는 사람으로 보게 되면 아기를 자신을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보게 됩니다. 엄마가 아기를 미워하게 되면 아기는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되고 나아가서 다른 사람을 미워하게 됩니다. 엄마가 아기를 무가치하게 보게 되면 아기는 자기 자신을 무가치하게 보고 나중에 성장하여 다른 사람을 무가치 하게 보게 됩니다. 아기가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 것은 엄마가 아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이것이 전이 되어 나타난 것이며 아기가 자신을 싫어하게 되면 어른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을 싫어하게 되는 것입니다.

 엄마의 아기에 대한 미움은 아기의 마음 속에 심어지게 되고 이 심어진 마음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미움으로 투사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동양에서 보면 믿음을 나타내는 신(信)은 말에 약속을 지킨다는 뜻으로 한문 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불신은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 것으로 일차적인 것은 어머니를 믿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엄마를 믿지 못하는데 누구를 믿는단 말입니까? 엄마의 뱃속에서 나오는 사람이 자신의 엄마를 믿을 수 없다면 이 세상에 누구를 믿게 된다는 말입니까? 믿음과 불신의 씨앗은 엄마와의 상호관계의 질이 좌우한다고 에릭슨은 말하고 있습니다.

사례: 화성 연쇄 살인범은 지금까지 3살 먹은 여자 아이에서 60세가 넘는 할머니까지 13명이 살해되었습니다. 이 살해범은 연약한 여성들을 골라서 죽이는 것으로 보아서 틀림없이 여성 증오 범인이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여성에 대한 증오범은 어린 시절에 엄마로부터 버림받았거나 어머니로부터 박해 학대 받은 사람으로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이 다른 여성들에게로 투사되어 흘러간 것입니다.

사례: 지존파라는 그룹을 만들어서 연쇄 살인을 행한 흉악범인들로써 지금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이들 중에 두목 격인 K군은 나중에 경찰에 체포되고 나서 부하들에게 "여성들은 엄마라도 믿어서는 안 된다 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하며 한 여성에게 동정을 배푼 것이 나중에 그 여성이 탈출하여 경찰에 신고해서 그들이 붙잡히게 된 원인이라고 부하들을 질책했다고 합니다. 그 들 중에 부두목 격인 K군은 "어머니를 죽이지 못하고 가는 것이 한이 된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고아원에 버리고 도망을 간 어머니를 증오하며 자라나면서 어머니에게 복수를 다짐했다고 합니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인간이 출생해서 가장 먼저 접촉하는 사람이 어머니 입니다. 어머니가 아기에서 안전(safety)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아기를 안정(comfortable)시키는 것이 양육의 첫 거름이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아기가 최초로 접하는 것을 엄마의 유방이고 그 다음에 엄마의 품에서 안겨서 아기는 엄마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되고 그 다음에  엄마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엄마의 체온을 따뜻하게 느끼게 되고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아기의 마음 속에는 엄마의 이미지가 새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엄마가 좋은 엄마 인지 엄마가 나쁜 엄마 인지를 식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좋은 엄마로 새겨진 엄마의 이미지는 아기에게 믿음을 심어주게 되고 이 믿음은 "엄마는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아기의 마음 속에 남게 되어 좋은 자아가 됩니다. 동시에 엄마가 아기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면 "이 세상에서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으로" 아기의 이미지에 심어지게 되고 나쁜 엄마의 이미지로 남게 되어 엄마를 믿지 못하고 불신하는 자아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