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서론

 인간은 꿈을 꾼다. 과거에는 인간의 꿈을 신의 계시나 미래의 예시로 받아들였다. 과거의 샤먼들은 꿈으로 미래를 알아 맞추기도 하였다. 근대에 와서 과학이 발달하면서 미신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 그러한 불신의 바탕에서 꿈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신비주의 사상가로 오인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꿈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신비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신비주의이기보다는 과학자인 경우가 더 많다. 그 대표적인 선구자가 바로 프로이드의 꿈에 대한 이론이다. 프로이드의 꿈에 대한 이론은 앞서 말한 꿈에 대한 기존의 생각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프로이드가 말하는 꿈은 무의식의 통로이다. 그래서 꿈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은 자신의 무의식의 발현이다. 그런데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많은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과 인간의 외부 환경과의 마찰에서 벌어지는 갈등들이다. 이는 인간이 현실에 적응하면서 생기는 갈등일 수도 있고 이러한 적응의 과정에서 생기는 자아 내부의 갈등일수도 있다.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에 필연적으로 접촉해야 한다. 그래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문제 즉 무의식에 잠재된 갈등의 씨앗이 무엇인가를 알아내어야 한다. 이것을 알아내는 방법이 꿈의 분석이다.

 이 글에서는 연구자의 최근 1개월 간의 꿈을 해석하여 연구자의 무의식을 분석하는 작업을 하여 연구자의 무의식 속에 내재된 갈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갈등은 꿈에서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를 다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을 통해서 연구자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것의 근원을 찾는 작업을 할 것이다.

Ⅱ 본론

 A 꿈의 사례들(최근 1-2달 동안 꾼 꿈들)

 <꿈 1>

어떤 마을에 조사차 들렸다가 호랑이가 사람들을 잡아먹는 것을 목격한다. 나는 어떤 방안에서 저 멀리 산에서 어떤 외국인 관광객이 호랑이에게 배를 물리며 피를 흘리고 죽어 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 때 경적이 울리며 119 소방차가 구하러 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보고 나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내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그 여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때 나는 조금 뒤에 7-8교시 수업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걱정이 되어 학교 근처의 식당으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호랑이를 죽이기로 한다. 호랑이는 마을 안에서 도망치다가 국경을 넘어간다. 국경은 어느 아랍권 국가와 경계였다. 가파른 산의 경사면에 국경선이 있었는데 아랍인 국경 수비대가 지키고 있었다. 이들에게 호랑이를 잡으러 왔다고 하자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는 돈을 주고 들어갔다. 사람들과 함께 나는 호랑이를 찾으러 산길을 걸어갔다. 걸어가다가 어딘가에 긁혀서 손가락에 피가 났다. 피를 입으로 빨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호랑이가 이 냄새를 맡으면 찾아올지도 모른다며 내 손가락에 흙을 묻혔다. 그것도 모자라 인근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폐수로 손을 씻었다. 그렇게 하면 냄새가 사라질 것 같았다. 내가 숨어있는데 미군이 진주해왔다. 이들은 작전에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사살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피해 숨어서 들고 있던 우산을 버리고 겉옷을 입었다. 그들이 지나간 뒤 우리는 사람들을 찾아 어떤 건물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사람들이 노래하며 춤추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불도 훤하게 켜놓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안심하고 거기에 어울렸다. 그 때 호랑이가 나타나서 건물 밖의 사람들을 물어 죽이기 시작했다. 나는 창문에 창살이 있는 방에 숨었다. 창살이 있다고 안심하며 뒤를 돌아보았는데 방의 한쪽 면은 뚫려있었다. 나는 호랑이가 창문 쪽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불안했다.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들어올 것 같았다. 나는 그 때 7-8교시 수업이 있다는 기억이 났다. 황급히 그 식당에 전화를 걸어 주인 아주머니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있는 방의 뒤편이 뚫려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나는 구조를 요청하려고 수화기를 들어 그 식당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에게 나는 급하게 말을 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구조대에 연락해주겠다고 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1 꿈의 자료

 a. 꿈의 처음과 끝에서 각각 나온 창살이 쳐진 창문이 있는 방은 연구자의 방이었다. 연구자의 방의 창문에는 실제로 창살이 쳐져 있었고 항상 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창문 뒤쪽이 있던 문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b. 7-8교시 수업은 전날의 유럽의 이해라는 수업으로 전날은 그 수업 전의 수업이 늦게 마치는 바람에 첫 수업인데도 지각할까봐 무척 불안해했었다.

 c. 전화한 식당은 아마도 얼마 전에 보았던 드라마 "아줌마"에서 나왔던 것으로 그 드라마 상에서는 주인공의 친구가 옛날 애인을 피해서 주인공 어머니가 경영하는 식당에 숨었던 내용이 나왔다.

 d. 미군, 미군 부대는 전날 자기 전에 보았던 신문에 나왔던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오폐수에 대한 기사와 이라크-미국에 대한 기사를 읽은 것에서 나온 것 같다. 게다가 아랍 국가와의 국경은 이런 이라크에 대한 기사를 읽었던 기억에서 나온 것 같다.

 e. 호랑이는 며칠 전에 보았던 자연 다규멘트리에 나온 것이다.

 f. 사이렌 소리는 시계 알람 소리였던 것 같다. 알람 소리가 꿈 속에서 알람 소리로 변형되어 나온 것 같다.

2. 꿈과 관련된 현실의 상황

 연구자가 그 꿈을 꾸었을 때는 새 학기가 막 시작한 때였다. 학부에서 과로 나뉘고 난 뒤에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연구자는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서 약간의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학부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성적이 그런 대로 좋아서 장학금도 받았으나 이제는 다들 열심히 할 것이라는 생각에 연구자는 불안했었다. 연구자는 방학 동안 새로운 애인을 만들려고 노력해 왔으나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 학기에는 기필코 애인을 만들 것이라는 다짐을 해 왔었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는 하고 싶으나 애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을 일시적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팅이나 소개팅에 나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첫 수업을 듣고 나서 이런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업이 굉장히 어렵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날 마지막 수업이었던 유럽의 이해라는 과목의 교수는 몇 개의 과제를 내주며 정해진 시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부에서 과로 바뀌고 난 뒤에 인간관계도 다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평소 인간관계에 다소나마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연구자는 거기에 대해서 불안을 가지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선, 후배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한 남자 선배가 연구자의 친구들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여서 불쾌했던 적도 있었다. 평소 대학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폭력, 성희롱에 대한 뉴스를 많이 접했었기 때문에 더욱 불쾌 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없다면 자신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3. 꿈 분석

 이 꿈의 전반적인 내용은 호랑이가 나타나서 연구자의 생명을 위협하여 불안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민간에서는 보통 호랑이가 나타나는 꿈을 조상 꿈이나 태몽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분석적으로 꿈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것과는 상담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정신분석 치료에서는 위협을 받고 있거나 위험한 상황에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꿈을 절박한 재난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해석한다. 늦는 꿈이나 약속을 어기는 꿈은 여성의 경우 성에 대한 두려움, 성 불감증이라고 해석하며, 사나운 짐승에게 공격을 받는 꿈은 성적인 유혹에 대한 두려움, 특히 여성이라면 남성의 "늑대" 적인 본능에 관한 지나친 관심이라고 해석한다. 연구자는 이러한 관점을 기초로 하여 위의 꿈을 분석해 보았다.

 먼저 호랑이는 연구자의 불안함에 대한 표현이다. 여기서 불안이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로 공부에 대한 불안함이다. 이제 2학년이 되었기 때문에 연구자는 취직과 함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에 대한 걱정은 공부 즉 성적에 대한 불안함으로 전이 되었다. 이러한 것은 연구자의 꿈에서 계속 7-8교시 수업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연구자는 계속 이성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학업에 열중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불안함이 형상화 되어 꿈에 나타난 것이 호랑이 같았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이성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연구자는 일종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즉 호랑이는 짐승으로 대표되는 남성에 대한 두려움을 꿈에서 형상화 한 것이다.

 그리고 호랑이가 어떤 외국인 여성을 공격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며칠 전 보았던 한 남자 선배가 친구들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인 일을 연구자가 불안해했던 것을 나타낸 것이다. 연구자는 평소에 남자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하지 않을까 불안해했기 때문에 이것이 호랑이의 공격으로 나타난 것이다.

 꿈에서 연구자는 호랑이를 잡으러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선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미군과 만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내용은 평소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신문에서 보았던 노근리 사건이나 폐수 방류 사건 등에서 연구자는 미군에 대해서 반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버스를 타고 하얄리아 부대 근처를 지나갈 때면 그 주변의 창녀 촌을 보며 미군이 저지른 여러 가지 살인 사건들을 떠올리고 분개 했었다. 그래서 이러한 이미지들이 섞여 꿈에서 미군의 의미는 호랑이와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연구자는 꿈에서 7-8교시 수업에 늦다는 것에 자주 불안감을 느꼈었다. 지각, 약속을 어기는 행위는 성에 대한 무기력, 성 불감증을 나타낸다고 앞에서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연구자는 자신이 성적인 유혹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나 만약 이것이 없다면 성에 대해서 무기력해지거나 불감증이 나타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연구자가 이 꿈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창살이 쳐진 방(뒤쪽이 뚫려있는 방)과 식당의 의미였다. 창살이 쳐진 방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구자의 방이었고 식당도 마찬가지로 드라마에서 본 것이었다. 평소 연구자의 부모님은 방문을 열어 놓기를 요구하였고 연구자의 남자 관계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려고 하였다. 그러나 연구자는 방문을 열어 놓는 것을 싫어했으며 남자 관계에 대해서 부모님이 묻는 것도 매우 싫어했다. 게다가 연구자의 부모님은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와서 무엇을 했는지 추궁하는 눈초리로 자주 쳐다보곤 했다. 이러한 연구자의 상황이 꿈에 반영되어 연구자가 호랑이를 창문으로 보고 있는데 방 뒤쪽이 뚫려 있어 매우 불안했다는 내용의 꿈을 꾼 것이었다. 즉 이러한 내용의 의미는 연구자가 호랑이, 남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부모님에게 알려지는 것을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당은 연구자의 꿈에서 자신을 보호해주는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으로 나오는데 이것도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드라마 속의 의미와 깊은 관련이 있다. 연구자는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어떤 다른 사람이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자신이 책임지기 싫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그래서 연구자는 자신이 가진 문제들, 성적 유혹과 거기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에 대해 다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어떤 다른 사람이 해결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연구자의 꿈은 여러 가지 불안 요소들이 복합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연구자는 남성의 유혹에 대한 (혹은 남성의 성적 본능에 대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사실은 그것을 두려워하고  또한 그것으로 인해서 다른 일을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한다. 게다가 이러한 문제들을 남에게 떠 맡기고 싶어하는 반면에 그러한 문제를 숨기고 싶어하며 다른 어떤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꿈 2>

 나는 그 때 고성에 있었다. 곳곳에 담쟁이 덩굴이 뒤엉켜 있고 돌로 지어져 있는 건물이었다. 그곳은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A를 만났다. 나는 봄인데도 불구하고 토끼털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디선가 와 본 듯한 느낌을 고성 여기 저기에서 받았다. A 는 나에게 계속 툴툴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디선가 보았던 느낌을 계속 간직한 채 그냥 갈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어딘가에 급하게 가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어떤 연회장에 들어섰다. 거기가 최종 목적지인 것 같았다. 거기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지만 모두 모르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고성을 빠져 나와서 길을 걸었다. 나는 더워서 토끼털 코트를 벗어서 뒤집어서 손에 개어 들었다. 우리는 이상한 목욕탕 같은 곳을 지나쳤다. 목욕탕에서 오르막 길을 거쳐 지상으로 나오자 수영장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위층의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이라는 느낌만 있었지 풀은 저 밑에 있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미끄럼틀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것은 마치 파이프가 이어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내가 미끄럼틀을 타려고 하자 A도 나를 따라 타겠다고 했다. 미끄럼틀과 내가 서있던 발판과의 거리가 꽤 멀었기 때문에 A는 무섭다고 했다. 나도 무서웠지만 음악을 흥얼거리며(west life의 my love, 그러나 나는 그 때 그 노래를 back street boys의 the call이라고 생각했다) 다리를 하나씩 박자에 맞춰 미끄럼틀 안에 넣었다.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아서 약간은 무섭게 스릴 있는 그런 느낌에 상당한 흥분을 느꼈다. 나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 왔다. 도중에 나는 그 속에서 어떤 흥분을 느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수음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남들이 눈치챌까봐 (그 미끄럼틀은 어두우면서 밖이 다 비칠 것 같았다) 다리를 끌어당겨 이마에 붙이고 손은 그 사이에 넣어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태아가 도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나를 보고 숭고하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러고도 계속 흥분은 계속 되었다. 미끄럼틀에서 나오자 A는 그곳에 없었다.

1. 꿈의 재료

 a. 고성 -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가 보았던 휴양지. 어릴 때는 그곳에 가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고 즐거웠으나 얼마 전 여름 휴가 때에 가보았을 때는 적잖이 실망을 하여 갔다는 것이 자랑스럽거나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그곳에 갔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b. 토끼털 코트 - 토끼털 코트는 겨울에 입고 다니던 옷으로 3월이 되자 옷장 정리하면서 다른 곳에 넣었으나 꽃샘 추위가 닥치자 다시 입었었다. 그러나 연구자의 어머니는 며칠 옷을 입고 다시 세탁소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귀찮고 낭비라면서 입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겨울에 이 옷과 가족바지를 함께 입고 미팅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연구자에게 "가죽바지가 정말 이쁘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다리를 만진 적이 있었다. 그 뒤 그 남자는 사귀자고 말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다가 싫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뒤에 연구자는 애인 없이 지내왔기 때문에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c. A - 처음에는 A 를 보면 그냥 친구로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이성으로도 보이지 않았었는데 다른 어떤 남자에게 실연을 당한 뒤 연구자는 그 사람을 보며 "내 주제에 저 정도면 괜찮을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d. 목욕탕과 수영장, 미끄럼틀 - 이것도 앞에서 말한 그 휴양지에 있었던 것이다. 연구자는 목욕탕에 가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수영장에 가는 것을 좋아해서 어릴 때 부모님께 매우 혼이 났었다. 얼마 전에 수영장을 갔었는데 미끄럼틀과 발판 사이의 간격이 매우 넓어서 무서웠던 기억도 있다.

 e. west life의 my love, back street boys의 the call - 이 노래 중 my love는 평소에 많이 들었던 노래였는데 뮤직 비디오에서는 선정적인 장면은 하나도 나오지 않고 단지 절벽에서 서서 노래 부르는 장면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the call의 뮤직 비디오는 미국적인 장면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연구자는 언제나 그들을 비교하면서 신사적인 영국 사람들과 솔직한 양키들이라고 표현했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 둘을 매우 햇갈려 했었기 때문에 동생이 자주 놀렸다.

 f. 수음과 태아 - 옛날에 즐겨 읽었던 밀란 쿤데라의 작품 "정체성"에 나오는 한 부분에서 나온 것이다. 주인공 여자가 어떤 세미나에서 타액을 교환하는 키스에 대한 생각을 하며 본 것이다. 글 중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친밀한 육체적 접촉, 개인적 비밀의 부재, 타액의 혼합. 이런 것들은 성인 에로티시즘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이런 것은 모든 육체적 쾌락의 잃어버린 낙원인 어머니와 아기간의 관계 속에서도 존재합니다. 임산부의 자궁 내에 있는 태아의 모습을 촬영한 적이 있지요. 우리는 흉내 낼 수도 없는 곡예적 자세로 태아는 자신의 콩알만한 성기를 빨고 있었습니다. 자, 이렇듯 섹스란 씁쓸한 질투심을 자아내는 젊고 건장한 육체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 이것을 들으며 주인공 여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수음행위를 하는 태아의 행위까지 눈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에 혐오감을 느낀다.